옛날에 옛날에 아주 옛날에 여자는 강릉촌에서 영서로 시집을 가고 남자는 영서서 아주 또 참 촌사람이고 이렇는데, 둘이 인제 처가집에 갈라고 대관령을 넘어 오는데 그 영을 넘어 오자면 호렝이가 아주 큰 호렝이가 있어.
넘어가고 또 내려 오는 사람들을 다 잡아먹는데 두 내우(내외)가 가다보니 다 잡헤 먹을 것 같고 그러니 인제 여자가 가마이(가만히) 생각하다가 꾀를 냈는데 사나(사내) 보고 "내가 어떠한 짓을 하더라도 욕하지 말고 모른척 하고 있어라" 이래 해놓고는 이 여자가 아랫도리를 훌떡 벗고 반대로 궁둥기를 해가지고 엉금엉금 언덕을 내려오니 호렝이가 가마이 체다보니 우리는 입이 옆으로 째졌는데 저 짐성(짐승)은 도대체 뭔 짐성이기에 입이 우아래로 째져서 있나 하고 체다 보더니, 저 짐성은 아무래도 내보다 더 무서운 짐성이다 하고 에따하고 도망을 가서 두 내우가 영을 무사히 넘어 왔다는 얘기가 안죽꺼징(아직까지)전해와요.
<박순심(여.81) 옥계면 1991.5.30>